[Pocus 기획] 현대미술 사조 잃은 시대, 갤러리현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전시

AI시대, 데이터랜드와 대척점 선 80·90년대생 작가가 모였다

1970년 개관 이래 이례적인 기획, 픽셀 위로 붓질을 더해

유행보다 치열한 고민이 증명하는 고유성, 새로운 미학의 기준되나

 

목차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사조 잃은 시대의 예술
▪️거장들의 화랑은 왜 다원화된 젊은 미술에 주목했나?
▪️인공지능 시대 현대미술은 어떻게 정체성을 확보하는가?
▪️기술의 범람 속, 작가들은 어떻게 매체의 경계를 허무는가?
▪️사조 없는 시대, 태도가 곧 미학이 되다
▪️FAQ
▪️[전시 상세 정보]
▪️[전문 용어 사전]
 

갤러리현대 전시 《SAUVE QUI PEUT(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안내 이미지 = 갤러리현대  홈페이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사조 잃은 시대의 예술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작가 8인이 참여하는 기획전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가 이번 달 26일까지 열린다. 인공지능이 예술가의 화풍마저 무한 복제해 내는 기술적 격변기를 맞아, 이들은 과거처럼 하나의 지배적인 미술 사조에 편승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감각으로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는 쟁점을 던진다. 스타일의 평준화가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외부의 유행 대신 작가 개인의 언어와 노동을 고수하는 이들의 태도는 인공지능 시대 예술가의 정체성을 판가름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장들의 화랑은 왜 다원화된 젊은 미술에 주목했나?
1970년 개관 이래 단색화와 민중미술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의 굵직한 흐름을 주도해 온 갤러리현대가 젊은 작가들의 단체전을 여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행보다. 전시 제목은 위기 상황에서 각자 살아남으라는 뜻을 담은 장뤼크 고다르의 1979년 동명 영화에서 차용했다. 전시장 지하 1층은 '거부하는 주체', 1층은 '이동, 틈 그리고 부유', 2층은 '여성 추상, 감각의 언어'라는 주제로 나뉘어 매체와 방식이 제각각인 동시대 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확고한 유행과 깃발이 존재했지만, 정보와 이미지가 넘쳐나면서 거대 서사보다는 개인의 미시적인 관점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한 사조가 없는 것 자체가 동시대 미술을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규칙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갤러리현대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은 전시 이미지 모음. = 갤러리현대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갤러리현대 8인 작가 그룹전 지하 1층 전시 전경. 정진화, 침대 위의 세 사람 등. = 갤러리현대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인공지능 시대 현대미술은 어떻게 정체성을 확보하는가?
미국 LA에 들어설 '데이터랜드'처럼 인공지능이 생성한 화려한 몰입형 미술관이 미래의 한 축을 예고하는 가운데, 이번 전시는 그 대척점에서 인간 작가의 정체성을 집요하게 묻는다. 인공지능이 몇 초 만에 완성도 높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이터 환경 속에서도 젊은 작가들은 기술을 거부하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을 덧입히는 전략을 취한다. 한선우 작가는 온라인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빛과 그림자를 다듬은 뒤, 그 결과물을 캔버스에 투사해 다시 사람의 손으로 붓질해 옮겨 그린다. 디지털이 쏟아낸 차가운 픽셀 위에 인간의 물리적 시간과 노동을 강제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이다. 기계의 연산만으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신체적 개입의 흔적을 남김으로써, 무한 복제되는 이미지의 바다 속에서 원본의 가치와 인간의 자리를 능동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기술의 범람 속, 작가들은 어떻게 매체의 경계를 허무는가?
전시에 참여한 다른 작가들 역시 고정된 형식이나 전통적인 재료의 한계에 머물지 않고 매체의 경계를 적극적으로 넘나든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김주영은 끊임없이 이동하는 성질의 항공기 부품에 정착과 역사를 상징하는 스테인드글라스를 결합해 정체성의 유동성을 은유한다. 안현정은 천 조각을 이어 붙이는 바느질을 회화의 중심 언어로 끌어와 인간과 세계가 닿는 순간을 조명하며, 이혜인은 만개하고 시드는 장미의 생애 주기에 가족의 기억을 중첩한 추상 회화를 선보인다. 이러한 다원적인 시도는 시스템이 요구하는 규범을 따르기보다 주체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방식으로 고유성을 드러내는 결과다.

 

 <갤러리현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주요 참여 작가 4인의 매체 실험과 작업 주제 > 표 이미지 =  Prompted by The Imaginary Pocus, Generated by Gemini

 

사조 없는 시대, 태도가 곧 미학이 되다
이 여덟 명의 작가들을 관통하는 유일한 공통점은 유행을 좇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작업의 논리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이 모든 스타일의 장벽을 허물고 기존의 화풍을 손쉽게 모방하는 시대에, 특정 사조에 속하려 하지 않는 이들의 독립성은 역설적으로 가장 강력한 미학적 무기가 된다. 어떤 형태를 띠느냐보다 예술을 대하는 주체적 태도가 작품의 본질을 결정하는 시대가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사조의 종언은 무질서나 위기가 아니라, 기술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작가의 철학과 치열한 고민만이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증명한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FAQ
Q : 미술사조는 정확히 무엇을 뜻하나? 
A : 시대적 사상이나 흐름을 바탕으로 예술가들이 공유하는 공통된 표현 양식을 의미한다. 인상주의, 표현주의, 단색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Q : 현대미술에서 '동시대 미술'이라는 용어는 어떤 의미인가? 
A : 모더니즘 시대까지 이어지던 거대 서사나 지배적인 양식에서 벗어나, 작가 개인의 다원적이고 미시적인 관점을 중시하는 현재 진행형의 미술 흐름을 뜻한다.

 

Q : 이번 기획전 이후 갤러리현대의 젊은 작가 지원 계획은 어떠한가? 
A : 1970년 개관 이래 주로 거장들의 작품을 다뤄온 갤러리현대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앞으로 2년마다 젊은 작가를 조명하는 기획전을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Q : 전시에 참여한 조이솝 작가의 작품은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나? 
A : 퀴어적 시선을 바탕으로 도발적인 조각과 회화를 통해 성(性) 정체성과 사회적 규범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틀고 질문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Q : 전시 관람 후 주변에 함께 둘러볼 만한 연계 문화 공간이 있나? 

A : 갤러리 인근 약 20m 거리에 금호미술관이 있으며, 약 150m 거리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위치해 있어 여러 현대미술 작품을 연이어 감상하기 좋다.

 

[전시 상세 정보]
▪️전시명: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SAUVE QUI PEUT) 
▪️장소: 갤러리현대 신관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4) 
▪️기간: 2026년 6월 24일 ~ 2026년 7월 26일 
▪️운영 시간: 화요일 ~ 일요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교통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595m


[전문 용어 사전]
▪️단색화: 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사조 중 하나로, 한 가지 혹은 최소한의 색으로 캔버스를 채우며 반복적인 행위와 물질성을 강조하는 양식이다.

 

▪️스테인드글라스: 색유리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오려 납 틀에 끼워 넣어 무늬나 그림을 나타낸 유리 장식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문화적 기억과 역사성을 환기하는 매체로 쓰였다.

 

▪️수행적 회화: 그림을 그리는 물리적 행위 자체에 수반되는 시간, 노동, 과정 등을 작품의 핵심적인 의미와 결과물로 삼는 미술 창작 방식.

 

▪️각자도생: 사람이 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도모한다는 뜻으로, 뚜렷한 주도적 사조가 없는 현대미술 환경에서 작가들이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작성 2026.07.11 08:23 수정 2026.07.1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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